아, 중국 고추기름이여, 그 신비롭고도 자주 오해받는 존재여! 흔한 선입견과 달리, 이 기름은 단순히 혀를 얼얼하게 만들기 위해 태어난 게 아니다.
물론 맵기는 하지만, 그 한 가지 특징만으로 평가한다면 지나치게 단순할 뿐 아니라 몹시 불공평하다.
이 기름은 단순히 매운맛을 더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음식에 풍미의 층을 쌓아 올려, 평범한 맛을 깊고 복합적인 세계로 끌어올려 준다.
소셜 미디어에는 단 두세 가지만으로도 만들어지는 초간단 ‘칠리 오일’ 레시피가 자주 떠오른다. “오~ 마늘도 들어 있고 마치 콩피처럼 보이는데 형광 빨강이라니, waaaaaaaaaaaaouw, 완전 tuuuuu리!” 같은 감탄사가 쏟아지는 것도 재미있다. 그런 미니멀 버전을 즐기는 사람들도 물론 환영이다.

하지만 내 주방에서 고추기름은 단순히 색만 예쁜 장식용 양념이 아니다.
내가 만드는 고추기름은 시판 제품이나 간소화 버전과는 확연히 다른 풍미, 나만의 시그니처를 담고 있다.
이 기름은 정교하게 고른 재료들이 매운맛·향·우마미를 절묘하게 조율한 결과다. 단순히 매운맛을 더하는 수준이 아니라, 평범한 요리를 잊지 못할 미식 경험으로 끌어올리는 티켓과도 같다. 다만 라유 소스처럼 순한 일본식 버전과는 달리 화끈하게 맵다. 미리 경고한다. 량피 면에 넣어도 훌륭하다.
쓰촨 고추기름, 어떻게 쓰면 좋을까?
나는 이 기름을 글루타메이트 쓰촨 면이나 단단면에 꼭 넣지만, 사실 거의 모든 아시아 요리에 더해도 맛이 확 살아난다.

왜 기름을 세 번 나눠 붓는 걸까?
‘이샹·얼훙·산라(一香二红三辣)’라 불리는 방법은 쓰촨 고추기름을 만드는 전통적 기법이다. Chinese Cooking Demystified 영상에서도 설명했듯, 이 방식은 세 단계로 진행된다.
- 이샹(一香) – 향기 : 첫 번째로 부은 기름은 고추의 향을 최대한 끌어내는 단계다. 풍미를 극대화하려면 ‘화산’ 모양으로 쌓은 재료의 중심부에 정확히 부어야 한다.
- 얼훙(二红) – 붉은 빛 : 두 번째로 붓는 기름은 고추의 선명한 색을 우려내 기름에 깊은 붉은빛을 입힌다.
- 산라(三辣) – 매운맛 : 마지막 기름은 고추의 열기를 터뜨려 기름에 화끈한 매운맛을 온전히 입힌다.

쓰촨 고추기름의 핵심 재료
- 말린 고추 : 베이스에 열감과 매운맛을 더한다. 아시아 요리에서 풍미와 강도를 높일 때 즐겨 쓴다.
- 쓰촨 후추 가루 : 상큼한 레몬 향과 입안을 찌릿하게 만드는 특유의 마라 감각을 더한다. 쓰촨 요리에서는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없으면 산쇼 후추로 대체해도 좋다.
- 라이트 간장 : 풍미에 깊이와 감칠맛을 더해 준다.
- 흑미 식초 : 은은한 산미와 복합적인 향을 부여한다. 흑미 식초 특유의 풍부하고 부드러운 맛이 특징.
- 팔각 : 은은한 단맛에 살짝 매콤하고 감초 같은 향을 더해 준다. 중국 요리에서 향신료로 널리 쓰인다.

- 흑카다멈 꼬투리 : 훈연된 송진 향이 더해져 깊이와 복합성이 살아난다.
- 펜넬 씨앗 : 부드러운 아니스 향을 더해 강렬한 매운맛을 부드럽게 중화해 준다.
- 검은 깨 :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을 더한다. 검은 깨는 색감은 물론 특유의 고소한 풍미 덕에 아시아 요리에서 사랑받는다.

재료
향신료 믹스
- 10 g 생강 슬라이스
- 2 팔각(스타 아니스)
- 1 꼬투리 가볍게 으깬 흑카다멈
- 2 작은술 회향 씨(펜넬 씨)
- 1 큰술 검은깨
조리 방법
- 달군 웍을 약불로 유지한 채 건고추를 1분간 볶아 향을 낸 뒤 씨를 털어낸다
- 볶은 고추를 믹서나 푸드 프로세서에 넣어 곱게 갈아준다
- 달군 마른 웍을 약불로 유지하며 카다멈, 회향 씨, 검은깨, 팔각을 2분간 볶아 향을 낸 뒤 따로 덜어둔다.
- 웍에 기름을 붓고 130℃로 달군 후 생강·팔각·카다멈·회향을 넣어 약 3분간 향을 우려낸 뒤 모두 건져낸다
- 기름 온도를 190℃로 다시 올린다
- 볼에 갈아둔 고춧가루와 화자오, 흑초, 소금, 설탕을 넣어 고루 섞은 뒤, 가운데가 움푹 파인 화산 모양으로 쌓는다
- 불을 끄고, 화산 모양 가운데에 기름의 절반을 붓고 재빨리 저어준다
- 7분 후, 남은 기름의 절반을 다시 붓는다
- 5분 더 지난 뒤, 남은 기름을 모두 부어 마무리한다
- 실온에서 식힌 뒤 냉장고에 넣어 하룻밤 숙성시킨다
- 살균한 병에 담아 보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