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차 가이드 – 중국의 홍차

차를 떠올리면 영국 문화를 상징하는 홍차가 먼저 떠오르지만, 그 뿌리는 아시아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아시아의 음료가 어떻게 영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가장 맛있게 즐기는 법은 무엇일까요? 요리와 건강에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요? 이 글에서 차근차근 답하고, 홍차의 다양한 매력을 함께 살펴봅니다.

홍차란 무엇일까요?

학명 Camellia sinensis(차나무)로 알려진 이 식물은 녹차, 백차, 우롱차, 홍차 등 다양한 차의 원료입니다.

홍차 제조에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정통식 공정 : 이 방법은 찻잎을 통잎 또는 살짝 부순 상태로 사용합니다. 수확 후 잎을 건조한 뒤 여러 방식으로 비벼 말아 모양을 만들고(자세한 내용은 재스민 그린티 글을 참고하세요), 이어서 산화(또는 발효)를 거쳐 특유의 색과 향을 냅니다. 마지막으로 가열해 산화를 멈춘 뒤 보관합니다.

CTC 방식(Crush-Tear-Curl) : 정통식보다 더 빠른 공정으로, 잎을 말아 비비는 대신 잘게 써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후 빠르게 산화시켜 강렬한 풍미를 얻습니다. 이 방식은 티백 생산에 적합해 산업적 대량생산에 널리 쓰입니다.

제조 과정에 따라 홍차 잎의 색은 짙은 갈색에서 거의 검정까지 다양합니다. 우리고 나면 호박색, 오렌지색, 또는 붉은 기운을 띠어 ‘중국의 홍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름과 달리 잎이 항상 새까만 건 아닙니다!

홍차의 다양한 품종

홍차는 차나무인 Camellia sinensis의 두 변종, 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와 Camellia sinensis var. assamica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전자는 잎이 더 작고 일조량이 많고 건조하며 서늘한 환경을 선호해 산악 지대에 주로 자랍니다.

후자는 특히 홍차 생산에 적합하며, 풍미가 더 강하고 아열대 숲 기후의 더위와 습도에 잘 적응합니다.

홍차의 기원

홍차는 16세기 말, 명나라 말기와 청나라 초기에 중국에서 탄생했습니다. 전해지는 이야기로는 군인들이 푸젠성의 한 다원에 머무르며, 당시 중국에서 주로 마시던 녹차와 우롱차의 생산이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그 사이 찻잎이 햇볕 아래에서 자연스럽게 건조·산화되었고, 군인들이 떠난 뒤 작업을 재개했을 때 향과 신선함이 두드러진 잎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최초의 홍차인 Lapsang Souchong(‘높은 산의 어린 찻잎’이라는 뜻)이 탄생했습니다.

네덜란드 상인들이 1610년에 이 차를 발견해 1658년 영국에 소개했고, 영국은 이후 인도를 비롯한 식민지에 널리 보급하며 전 세계적 유행을 이끌었습니다.

19세기 초에는 인도에서 또 하나의 변종인 Camellia sinensis var. assamica가 발견되었고, 이는 특히 홍차 생산에 적합했습니다.

영국은 이 변종을 인도 다르질링 지역에 심고, 식민지를 포함해 전 세계로 홍차를 지속적으로 수출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에서는 Camellia sinensis var. sinensis로 만든 홍차가, 인도에서는 Camellia sinensis var. assamica로 만든 홍차가 더 대중적입니다.

오늘날 홍차는 전 세계 곳곳에서 생산됩니다. 역설적이게도 최대 생산국은 차의 ‘고향’인 중국이 아니라 인도, 스리랑카, 케냐입니다.

중국에서는 왜 ‘홍차’라고 부를까?

서구에서 ‘블랙티’라 부르는 차를 중국에서는 ‘홍차’(红茶, hóngchá)라고 합니다. 이 명칭 차이는 찻잎의 색이 아니라 우린 물의 색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고 나면 특유의 황금빛을 띤 붉은색이 나타나기 때문이죠. 중국에서는 우린 물의 색에 따라 백차, 녹차, 황차, 홍차, 흑차로 분류합니다. 이때 중국의 ‘흑차’(Hei Cha)는 발효를 거치는 전혀 다른 범주로, 우리면 거의 검은색을 띱니다.

홍차를 서구에서 ‘블랙티’라고 부르게 된 데에는 차 무역의 역사가 작용했습니다. 여러 종류의 차가 중국에서 수출되기 전에는 주로 녹차와 ‘보헤아(Bohea)’라 불린 중국 우롱차가 거래되었습니다. ‘Oolong’(Wu Long)은 문자 그대로 ‘검은 용’을 뜻해 당시 ‘블랙티(흑차)’라는 표현이 쓰였고, 이후 홍차가 대중화된 뒤에도 그 명칭이 굳어졌습니다.

홍차 외에도 중국은 녹차, 백차, 우롱차, 그리고 푸얼차로 유명합니다. 각 차는 고유한 특성, 우리기 방식, 산지의 개성을 지닙니다. 녹차는 항산화 성분으로, 백차는 부드럽고 섬세한 맛으로, 우롱차는 복합적인 향으로, 푸얼차는 깊고 흙내음 나는 풍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홍차와 녹차의 차이는?

제조 과정상, 홍차는 녹차보다 훨씬 긴 산화를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산소가 찻잎의 세포벽과 반응해 잎이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반대로 녹차는 산화를 최대한 억제해 밝은 색을 유지합니다.

산화 정도는 맛과 향에도 영향을 줍니다. 홍차는 맥아, 과일, 캐러멜, 때로는 훈연과 향신료를 연상시키는 진하고 풍부한 풍미를 보입니다. 녹차는 상대적으로 가벼우며 풀, 허브, 해조류 같은 향미가 두드러집니다.

또한 홍차는 산화가 더 진행되어 녹차보다 보관 기간이 더 깁니다.

홍차, 어떻게 우리고 즐길까?

품종에 따라 권장 우리기 온도와 시간이 다릅니다. 차 판매자의 안내를 따르거나 포장지에 표기된 우리기 지침을 참고하세요. 일반적으로 홍차는 녹차보다 더 높은 온도(90°C~100°C)에서 더 오래(3~5분) 우리면 좋습니다.

온도계를 따로 쓰지 않아도 끓인 직후의 물이면 충분합니다. 차와 물의 비율도 중요합니다. 보통 물 240ml에 찻잎 약 2g이 기본입니다. 물은 생수가 가장 좋습니다. 우리면서 뚜껑을 덮어 열을 지키고, 과다 추출은 피하세요. 떫고 쓴맛이 날 수 있습니다.

품질 좋은 홍차 잎은 여러 번 우려도 충분합니다.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넣지 않은 스트레이트로 마시면 풍미를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기호에 따라 설탕, 우유, 크림, 얼음을 더해 취향대로 즐겨도 좋습니다.

정리하면, 홍차는 향과 풍미의 스펙트럼이 넓고 취향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차입니다. 맛은 물론 여러 스타일에 유연하게 어울립니다.

홍차, 요리에는 어떻게 쓸까?

서구권에서는 홍차가 디저트에 자주 쓰이고, 잉글리시 브렉퍼스트 티와 얼그레이 티 같은 유명 음료의 기본이 되곤 합니다. 반면 아시아 요리에서는 달콤한 요리부터 짭짤한 요리까지 두루 활용되는 다재다능한 재료입니다.

대만의 버블티, 인도의 차이, 홍콩의 위안양, 태국의 차옌, 말레이시아의 테 타릭 같은 다양한 아시아 밀크티의 핵심 재료이기도 합니다. 또 레몬 주스와 섞어 베트남의 Trà Chanh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홍차는 짭짤한 요리에도 잘 어울립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요리에서는 사테 양념에 더해 홍차 사테를 만들기도 합니다. 중국·대만 요리에서는 Chaye Dan 또는 Cha Yip Dan으로 불리는 향긋한 홍차 달걀을 만듭니다.

적절히 쓰면 홍차는 음식에 기분 좋고 매혹적인 향을 더해줍니다.

홍차의 건강 효능은?

홍차는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다른 차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에 이롭습니다. 심혈관과 장 건강을 보호하고, 당뇨·비만·고혈압·소화 문제 관리에 도움을 주며,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암 예방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커피에 비해 에너지를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머리를 감을 때 사용해 모발 색을 개선하고 탈모를 예방하는 데 쓰이기도 합니다.

다만 하루 약 2~3잔의 적정량을 지키세요. 이를 넘기면 설사, 변비, 불안, 잦은 배뇨, 녹내장, 경련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홍차는 어디서 사고, 어떻게 보관할까?

홍차는 중국차·인도차 전문 매장이나 온라인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구입 시에는 판매자에게 선택한 차의 풍미, 우리기 방법, 건강상의 이점 등을 문의해 보세요.

구입 후에는 빛, 습기, 향신료나 커피처럼 냄새가 강한 물질로부터 떨어진 곳에 보관하세요. 보관을 잘하면 최대 2년까지 품질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